선언
올해로 50주년을 맞는 우리 삼성전자는 창립 이후 숱한 역경과 고난을 이겨내고
지금은 대한민국의 대표 기업이 되었습니다.
오늘날 삼성전자의 영광은 회사에 청춘과 인생을 바친 우리 모두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화학물질에 내 몸이 어찌 되었든 납기일만 걱정했던 우리!
설비고장에 24시간 마음 졸이며 밥은 커녕 잠도 제대로 못 잤던 우리!
회사로부터 온갖 불합리한 처사에 받아도 말 한번 제대로 못 했던 우리!
우리는 언젠가는 이런 희생이 보답을 받는 날이 올 것이라 믿으며
하찮다고 평가 받는 일도 늘 최선을 다해왔습니다.
하지만!
회사는 모든 성공을 경영진의 혜안과 탁월한 경영 능력에 의한 신화로만 포장하며 그들만의 축제를 벌였습니다.
그들이 축제를 벌일 때 내 몸보다 납기일이 우선이었던 우리의 알 수 없는 병에 걸려 죽어갔고 살인적인 근무 여건과
불합리한 처사를 견디지 못하고 퇴사하였습니다. 남아있는 사람들 역시 살아도 사는 게 아니었습니다.
동료가 나보다 좋은 평가를 받을까 늘 감시하고 시기하는 괴물이 되어 갔습니다.
너무나 슬프고 비참한 일입니다.
왜 이렇게 살아가야 합니까? 언제까지 이래야 합니까?
우리는 행복해지고 싶습니다. 입사했을 때 그 열정과 자랑스러운 마음을 가지고 동료들과
서로 존중하면서 행복한 미래를 그려나가고 싶습니다.
하지만 그런 행복은 절대로 그냥 오지 않습니다. 우리노동자의 권익은 우리 스스로 노력하고 쟁취하는 것이지
결코 회사가 시혜를 베풀 듯 챙겨주는 것이 아닙니다. 인내의 시간동안 우리가 받은 것은 슬픔과 고통뿐입니다.
존경하는 삼성전자 동료 여러분, 이제 우리는 진정한 노동조합 설립을 선언합니다. 자신들의 이익만 챙기고
동료들의 아픔은 나몰라라 했던 지난날의 거짓된 노조가 아닌 진정한 노동조합 설립을 말씀 드립니다
나의 고통과 동료의 슬픔을 더는 외면하지 마세요! 올바르지 않은 건 아니라고, 정의에 대하여 함께 말합시다!
개인의 힘은 미약하지만 우리가 모인 조직의 힘은 강합니다.
민주주의의 최후의 보루가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듯 노동자의 최후의 보루 역시 깨어있는 노동자의 조직된
힘입니다.
우리가 함께하면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꼭 그렇게 됩니다.
-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