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삼성반도체 위기 누구 책임? 이재용이 오너라면 이럴순 없다"

이현국
2024-06-11
조회수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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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반도체 위기 누구 책임? 이재용이 오너라면 이럴순 없다"


입력2024.06.10. 오후 12:11 
수정2024.06.10. 오후 4:43 기사원문


김성욱 기자권우성 기자


[인터뷰] 삼성전자 55년 만에 첫파업, 손우목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위원장 "위기에도 경영진 안 변해"

 

"회사가 지금 왜 이 지경이 됐습니까? HBM(고대역폭메모리)에서 뒤처져서잖아요. 직원들은 이미 몇 년 전부터 HBM 개발 강화해야 한다고 했었다고요. 근데 김기남 전 부회장이 아직 안 해도 된다면서, 오히려 HBM을 축소시켜버렸거든요. 그래서 이 사달이 난 건데, 김 전 부회장은 책임을 지긴커녕 작년에 퇴직금만 130억원을 받아갔어요. 이게 말이나 됩니까?" - 손우목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위원장

삼성전자가 흔들리고 있다. 새로 부상한 AI(인공지능) 산업에 필수적인 고대역폭메모리(HBM) 개발이 뒤처지면서 30년간 1위를 지켜온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 주도권을 빼앗기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은 올해 1분기 약 2조의 영업이익을 내 2022년 4분기 이후 다섯 분기 만에 흑자를 거두긴 했지만, 지난해에만 15조원에 달하는 적자를 봤다.

이 가운데 지난 7일 삼성전자에서 사상 첫 노조 파업이 일어났다. 1969년 창사 이후 55년 만에 처음이다. 파업에 들어간 주체는 2019년 11월 설립돼 최근 급성장한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다. 올해 들어 조합원수가 작년보다 3배 가까이 늘면서 현재 2만 8000여명까지 불어났다. 12만여 삼성전자 전체 직원의 23%나 되는 숫자다.

지난 5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 농성버스 안에서 손우목(41)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위원장을 만났다. 손 위원장은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회사가 직원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있다. 참을 만큼 참았다"라며 "삼성전자가 위기라면서 정작 임원진들만 배를 불리고 있다"고 했다. 그는 "지난해 적자로 성과급이 사라져 반도체 직원들의 실질 임금은 30%나 깎였는데, 임원들은 2억 5000만원 이상씩 인센티브를 챙겨갔다"라며 "회사는 임원들 인센티브만을 위해 3800억원이 넘는 돈을 따로 적치해두기까지 했다"고 했다. 그는 "만약 이 돈의 3분의 1만 썼어도 노조 요구대로 전체 직원 12만명에게 격려금 100만원씩(총 1200억원)을 돌릴 수 있었다"고 했다.

손 위원장은 파업과 관련해 10일 <오마이뉴스>에 "노조 불모지 삼성에서 첫 파업으로 발을 뗐다는 것만으로 의미가 크다"라며 추가 단체행동에 대해선 "아직 구체적으로 공개하기 힘들다"고 했다. 아래는 손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이재용은 '바지사장'... 노조 리스크? AI 반도체 부진, 누구 책임인가" 

- 삼성전자 창사 55년 만에 첫 파업을 결정한 이유는.

"회사가 직원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아서다. 과거 삼성에서 노조 하면 어떻게 됐었는지 다 아는 사람들이 지금 참다 못해 노조에 가입하고 있다. 왜 그러겠나. 단지 임금 1~2% 더 받자는 게 아니다. 성과급의 기준을 투명하게 하라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임금에서 성과급 비중이 30% 이상이다. 지난해 반도체에서 적자 난 거 모르지 않는다. 성과급 깎인 것, 그래서 반도체 부문 임금이 사실상 30% 이상 줄어든 것까지도 다 이해한다. 그런데 왜 임원들은 수억씩 인센티브를 받아가냐는 거다. 경영 실패인데 왜 경영진은 책임 안 지고 인센티브로 3800억이나 가져가고, 직원들에만 책임을 미루냐는 거다.

삼성이 반도체 1위 하는 동안 직원들이 '이제 이익 난 것 좀 나눠달라'고 하면 회사는 '나중에 힘들 때 나눠줄 수 있게 모아두겠다'고 했었다. 그런데 실제 힘들 때가 되니 '돈이 없다'고 한다. '이제 너희들 1등 아닌데 무슨 성과급 소리냐'고 자존심을 깎는다. 화가 안 나겠나. 직원들 사기가 땅에 떨어진 지 오래다."

- 최근 조합원수가 크게 늘었다.

"삼성전자 직원 전체 12만명 중 DS부문(반도체)이 7만명, DX부문(모바일·가전)이 5만명 정도 되는데, 성과급 삭감에 폭발한 반도체 쪽에서 많이 증가했다. 특히 2040 젊은층 비율이 높다. 시대가 바뀐 것이다. 회사만 세상 변한 걸 모르는 것 같다. 회사는 여전히 노조가 아닌 노사협의회만 상대하면서 깜깜이, 일방통행식 운영을 되풀이하고 있다. 3만명 가까이 가입한 노조가 버젓이 생겼는데 고작 8명의 사원대표가 들어간 노사협의회를 앞세우고 있다. 사원대표는 임기가 3년이고, 임기 내내 상위 고과를 받기 때문에 임기가 다 끝나면 임금이 30% 이상 오른다. 진급도 된다. 아무래도 회사 쪽과 가까워질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이러니 회사는 노사협의회를 놓지 않는다. 노조가 요구하는 것들 중 합리적인 개선안이 나와도 노조 앞에선 '절대 못한다'고 해놓고선 얼마 안 있어 노사협의회를 통해 발표해 버린다. 육아휴직 확대와 휴가 확대, 코로나 격려금 지급 등이 그렇게 이뤄진 사례들이다. 노조에게는 기어코 성과를 쥐어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 지난 2020년 5월, 구속 위기에 처한 이재용 회장이 '무노조 경영' 폐기를 약속했는데.

"바뀐 게 없다. 회사는 딱 '노조 설립하는 것까진 안 막겠다'는 식이다. 예전엔 노조 세우려 하면 직원들을 납치해가기까지 했으니까. 대국민 사과 후에도 이재용 회장은 노조를 한번도 만나지 않았다. 노조가 공개적으로 만나자고 해도 묵묵부답이었다. 당최 이 회장은 경영 일선에서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지금이 정말 위기라면, 예전 이건희 회장 같았으면 벌써 직접 나서서 직원들에게 메시지도 내고 독려도 했을 것이다. 진짜 오너가 맞나 싶을 정도다. 오죽하면 이 회장을 '바지사장'이라고 하겠나."

- 이재용 회장이 '바지사장'이란 건가.

"실제 직원들이 그렇게 부른다. 지금 삼성의 실세는 정현호 삼성전자 부회장이라고. 이 사람 한마디에 일이 되고 안되고 한다고들 한다. 삼성에 있는 다른 노조들도 똑같은 소리를 한다. 만일 이재용 회장이 실세였다면 우리도 이번에 이 회장 집이 있는 이태원에서 농성을 했을 거다. 그런데 조합원들이 '이번엔 서초로 가야 한다'고 하더라. 정 부회장이 서초사옥에 있기 때문이다. 정 부회장은 과거 '미래전략실'의 후신이라고 볼 수 있는 사업지원TF를 이끌고 있다. 그는 이재용 회장이 부회장이던 시절부터 이재용의 '오른팔'로 불렸던 사람이다. 그때부터 이 회장에게 가는 모든 보고는 정 부회장을 거친다는 얘기가 파다했다."

- 지난 2월 법원이 제일모직의 삼성물산 불법합병 등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불법 경영권승계·배임 혐의 등에 대해 전부 무죄를 선고했고, 최근 항소심 재판이 시작됐다.

"판결에 아쉬운 부분이 많다. 아무리 회사의 오너라 해도 회사에 피해를 입혔고 그 과정에서 죄를 지었다면, 벌을 받는 게 맞다고 본다."

"귀족노조? 귀족이 노조하나… 민주노총 이동, 조합원들이 결정하는 것" 

▲ 삼성전자노조, 원만한 단체교섭 요구 문화행사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 지난 5월 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5.24 가자! 서초로! 문화행사'를 

개최했다. 이번 문화행사는 삼성전자 창사 이후 최초로 합법적인 쟁의권을 확보한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 '삼성전자 사업지원TF(정현호 삼성전자 부회장)에 노사협의회를 

앞세운 노조 무력화 시도를 철회하고, 노동조합과의 대화를 통한 원만한 단체교섭을 요구'하기 

위해 열렸다.


 - 최근 삼성이 AI 반도체 경쟁에서 밀리면서 위기라는 말이 나온다. 경영계에서는 '이럴 때 파업이냐'고 한다.

"정말 답답하다. 김기남 전 부회장이 삼성전자 DS(반도체) 부문장을 하던 2017~2021년, 개발 부서에 있는 직원들을 중심으로 HBM(고대역폭메모리) 개발을 해야 한다는 말이 많았다. 하지만 김 전 부회장은 지금 안 해도 된다면서 오히려 사업을 축소해 버렸다. 그 결과가 오늘날이다. 경쟁사에 밀리기 시작하니 회사가 이제서야 부랴부랴 HBM 개발해내라고 직원들을 쪼고 있다. 밑에선 얼마나 맥이 빠지겠나. 이미 젊은 직원들이나 경력직들의 상당수가 SK하이닉스 같은 경쟁사로 이탈하고 있다.

심지어 직원들 사이에선 삼성전자에서 일하던 인력들이 경쟁업체로 넘어가 HBM 개발에 성공했다는 말까지 돈다. 그럼에도 경영진은 변화의 기미가 없다. 김기남 전 부회장은 지난해 퇴직금만 130억원을 비롯해 총 172억원의 보수를 받았다. 지금도 회사의 상임고문으로 있다. 이게 무슨 노조 리스크인가. 경영 리스크고, 오너 리스크다."


- 외부에는 삼성전자 직원들의 평균연봉이 1억 2000만원으로 알려져 있다. '귀족노조'라는 시선에 대해 어떻게 받아들이나.

"귀족이 노조 할 일이 있나. 사측에선 직원들의 평균연봉이 1억 2000만원이라고 하지만, 이는 임원들까지 모두 포함해 부풀려진 수치다. 고연차가 아닌 이상 부장급들 중에도 연봉 1억이 넘는 직원은 찾기 힘들다. 저도 회사에서 19년간 설비 개발 쪽에서 일했는데 현재 연봉이 7000만원 초반대다. 특히 '연봉제'가 아닌 '월급제' 사원들의 경우 회사가 호봉 테이블조차 공개하지 않고 있다. 월급제는 대부분 실업계고등학교 졸업 후 채용된 생산직인데, 생산직은 12만명 중 1만명 정도다.

삼성전자의 임금은 일종의 기준이 되기 때문에 삼성의 다른 계열사들, 심지어 수많은 하청사나 협력사들에까지도 영향을 미친다. '삼성전자도 2% 올렸는데 어떻게 3%를 올려주냐'는 말들을 실제로 한다. 이런 점에선 오히려 삼성전자이기 때문에 더 많이 받아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처음에 노조를 시작한 이유는 뭔가.

"어느 날 아는 선배가 과장으로 승진을 해서 '축하 드린다'고 인사를 했더니 그 선배가 '이제 다음 일자리 알아봐야겠네'라고 하더라. 40대 초반 밖에 안 된 선배였는데, 과장을 다는 순간 4~5년 후면 회사가 하나하나 내보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는 거였다. 삼성전자가 '젊은' 회사인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회사는 '희망퇴직'이라고 하지만 희망해서 나가는 사람은 못 봤다. 지금까지 15년 넘게 회사 다니는 동안 정년 퇴임한 선배를 딱 한 명 봤다. 적어도 잠도 못 자고 몇 십 년씩 일해다 바친 직장에서 내 의지와 상관 없이 쫓겨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노조를 시작했다. 노조 생기고 나서 정년퇴임 하시는 분들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 현재 한국노총 소속이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노조가 상급기관을 민주노총으로 옮기려 한다는 말이 있다.

"상급기관을 옮기는 건 집행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조합원들의 의결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다만 그간 상급단체인 한국노총에 이런저런 지원 요청을 했을 때 우리가 큰 도움을 받지 못해온 건 사실이다. 반면 민주노총 금속노조는 부탁을 드리기도 전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신생 노조로 경험이 부족한 저희로서는 그 도움이 정말 절실하다. 거절할 이유가 없다.

민주노총 금속노조도 '금속노조 깃발을 꽂겠다'는 게 아니라, '삼성전자에 제대로 된 노조가 자리를 잡아야 한다'는 뜻에서 상급단체가 다름에도 불구하고 우리를 돕는 것으로 안다. 삼성전자 노동자들, 나아가 한국의 더 많은 노동자들을 위해 무엇을 할 거냐가 문제지, 한국노총이냐 민주노총이냐가 중요한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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