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원서] 방사선 피폭 사고 재해자 탄원서

김재원
2024-10-25
조회수 1727




탄원서 


안녕하세요.   삼성전자 기흥사업장 피폭 피해자입니다.  

저는 이번 사고로 앞으로의 미래를 모두 잃었습니다. 또한 이번 일의 충격으로 저와 가족들이 정신적으로 고통받는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번 사고는 저와 저희 가족에게는 재앙이라고 느껴집니다. 


앞으로 저는 남들이 생각하는 경제적 성공, 사회적 성공, 행복한 가정을 더 이상 꿈꿀 수 없게 되었고, 오로지 멀쩡한 손가락과 질병에 걸리지 않길 바라며 살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회사의 안전 관리/감독 부실과 사고 대처 미흡 등의 큰 과실로 인해 왜 이러한 재앙과 같은 피해 를 입어야 하는지 매우 통탄하고 슬플 따름입니다. 사고 발생에서부터 치료하는 일련의 과정까지 어떤 것 하나 제대로 된 처우를 받지 못한 것도 사실입니다. 5월 27일 사고 발생 시, 작업자를 위한 보호 장비(납치마, 장갑, 보안경 등) 및 위험 발생 알람 장 치(방사선 검출기)가 전혀 구비되어 있지 않았으며, 이렇게 위험한 방사선 설비에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였고, 방사선 장비 취급에 대한 교육 역시 마련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또한 가장 중요한 방사선 장비에 대한 환경안전 측면의 관리/감독까지 미흡한 상태에서 이러한 사고가 발생하였습니다. 5월 28일 방사선 피폭을 인지하여 상부에 보고하니, 사내 대응절차를 기다려 달라고 하여 믿고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실상은 방사선과 관련이 없는 사내병원과 아주대병원을 방문함에 따라 치 료와 검사가 지체되었습니다. 또한 사내 앰블런스가 1대 밖에 있지 않아 관할 지역을 벗어날 수 없다는 둥, 현재 생명엔 지장이 없어 보이니 자택으로 모셔다 드릴 테니 차후 대처를 기다려달라 는 등의 대응을 하였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회사는 직원들을 지켜주지 않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 어, 살기 위해서 필사적으로 병원을 알아보았습니다. 피해자인 제가 직접 한국원자력의학원에 연 락한 후, 방문해도 된다는 상담사의 말을 듣고 한국원자력의학원까지만 데려다 달라고 대응해 주 시던 파트장님께 부탁드려 병원을 방문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치료를 받고 있던 중 회사가 노 동부에 중대재해 사실을 피하기 위해 본 사고를 질병으로 보고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저는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느껴야만 했고, 회사는 그저 중대재해 처벌을 피하기 위해 피해자들에게 2차적인 가해를 주는 것을 서슴지 않았습니다. 저는 사고 당사자로서 과연 제가 안 전하게 치료를 받고 남은 미래에 대해 충분한 보상과 지원을 받을 수 있을 지 심각하게 걱정할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명백한 회사의 과실로 발생한 이 사고에서 제대로 된 조치도 받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왜 보상 과 지원에 대해 피해자인 제가 고민하며 2차, 3차의 피해를 받아야 하는지 이해가 되질 않습니다. 잃어버린 일상, 잃어버린 건강, 잃어버린 미래에 대해 책임을 갖고 있어야 하는 ‘사고 주체’인 ‘회 사’가 왜 피해자들을 협상의 대상으로만 생각하는 것인지 비통하기 그지없습니다. 


이 사고와 관련 된 모든 경영진과 임직원 분들께 묻고 싶습니다. 이러한 큰 사고가 본인들의 가족에게 일어났다 고 한다면 과연 이렇게 피해자들을 협상해야 할 대상으로만 생각하실 수 있을까요? 이번 인재사고를 통해 대한민국에서의 산업재해에 대한 통념이 뒤바뀌었으면 좋겠습니다. 사고 이후,주변을 통해 ‘회사가 잘해주고는 있느냐’, ‘회사에서 해코지하지는 않느냐’ 라는 산업재해에 대 한 부정적인 인식의 말들을 많이 들었습니다. 


이런 인식도 ‘산업재해를 입으면 피해자 또는 재해 자만 억울한 것이다’ 라는 사회적 통념이 기저에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번 계기로 산업재해를 입으신 당사자 또는 유가족들,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재해자 분들께서 이 런 인식으로 두려움에 떨지 않도록, 회사 또는 과실이 있는 주체로부터 최대의 보상과 지원을 받 을 수 있는 제도가 꼭 마련되었으면 합니다. 산업재해 입은 피해자들이 더 이상 억울하지 않고 안심할 수 있는 그런 사회로 이끌어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리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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